어려운 시기의 선택
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의 인선입니다. 대통령실은 그를 ‘학문적 깊이와 실무적 통찰력을 겸비한 국제금융 전문가’로 평가하며, 복잡한 경제 난관을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밝혔습니다. 신 후보자의 임명은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로 읽힙니다.
당연히 그의 첫 번째 과제는 명확합니다. 중동 사태에서 비롯된 공급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면서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 부담을 완화하는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그는 지명 소감에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한 통화정책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는데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실용적 매파, 국제적인 네트워크
신 후보자는 ‘글로벌 매파’ 또는 ‘실용적 매파’로 분류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논문으로 명성을 얻었고, BIS에서 12년간 핵심 보직을 수행하며 금융 안정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당분간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탄탄한 국제적 네트워크입니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인 BIS의 고위직 경험은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협력 채널을 원활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외부 충격에 직면한 현재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학문적 권위도 인정받고 있어,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국내 경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가 국내 통화정책 논의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며, 오히려 국내외 경제를 분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그의 글로벌 시각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개의 화두: 스태그플레이션과 디지털 화폐
앞으로 신 후보자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중동 사태가 초래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의 동시 발생 위험입니다. 그는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는 통화정책으로 반응하지 않는 ‘교과서적’ 접근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달러 강세 시 신흥국 자본 유출에 대한 그의 연구 성과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를 관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둘째는 디지털 화폐와 관련된 정책입니다.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 유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정면으로 배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는 적극적이지만,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통제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창용 총재의 임기가 다음 달 20일 종료됨에 따라, 신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될 예정입니다. 그의 지식과 경험은 확실히 인상적이지만, 결국 그의 성공 여부는 글로벌 감각을 국내 정책 현실에 얼마나 잘 접목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고환율과 높은 물가, 그리고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한국은행의 방향타를 잡는 임무는 이미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