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 폭염, 복구 현장의 이중고
경남 거제와 통영을 덮친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복구 작업이 한창인데요. 문제는 물이 빠진 자리에 뒤늦게 찾아온 폭염이 작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겁니다. 양식장 내부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등 극심한 더위 속에서 군 장병과 자원봉사자들은 교대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삽을 들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는 현장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응급복구율은 7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완전한 일상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통영시는 산양읍과 봉평동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다른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별재난지역에서 제외된 곳은 주로 민간의 힘으로 복구를 진행해야 해 작업 속도가 현저히 느린 실정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거제시는 시민의 날을 비롯한 지역 대표 축제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모든 행정력을 복구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거제섬꽃축제, 거제맥주축제, 둔덕포도앤한우축제 등이 전면 취소되었고, 전국해양스포츠제전 역시 해양수산부 승인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사업자등록증 없으면 지원 못 받나
복구가 지연되는 가운데, 정작 피해를 본 상인들은 지원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통영 서호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노점상들이 대표적인데요. 이들 중 상당수가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하지 않아 피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통영 지역 피해 노점상 70명 가운데 신고를 마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지고 있습니다.
증빙 서류 문제도 큰 걸림돌입니다. 노점상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침수된 물건의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요. 피해 접수 기한이 폭우 발생 후 열흘로 촉박하게 정해져 있어 사진을 찍기도 전에 물건을 폐기하거나 휩쓸려 버린 상인들은 속수무책입니다. 거제와 통영의 침수 피해 전통시장 17곳에서 상당수 노점상이 결국 지원 없이 피해를 스스로 감당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심리 회복과 금융 지원은 이제 시작
물리적 복구와 함께 주민들의 마음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거제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재난심리지원 체계를 가동해 대피소 상담을 넘어 마을 단위 현장 지원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해 거주지 인근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마음회복키트 700세트를 배부하며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습니다. 최대 3개월간의 추적 관리를 통해 고위험군을 별도 관리하는 등 지역사회 정신건강 안전망을 촘촘히 짜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금융 지원도 속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경남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200억원을 긴급 배정했는데요. 지자체에서 피해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은 중소기업이라면 저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건설협회도 거제와 통영 지역 복구를 위해 성금 3000만원을 기탁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다만 행정적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까지 지원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절차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