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선택한 통제의 방법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의 '톨게이트'를 설치했습니다. 최근 이란 의회를 통과한 통행료 징수 계획안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게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연간 1조 원에 달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을 수입국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미이자, 이란이 가진 지정학적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입니다. 이란은 세계 각국을 적대국, 중립국, 우호국으로 분류해 통과 허용 여부와 통행료를 차등 적용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는데요, 국가별로 다른 대우를 받는 셈입니다. 이란 측은 이를 단순한 제한이 아닌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서비스의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이 움직임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초중요 해상 교통로인데요, 통행세 부과는 수입 물가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해운 운임을 견인해 전반적인 물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정부는 외교적 채널을 통해 통행세 부과를 막으려 노력하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에너지 수입 다변화와 비상 수송 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첫 통과 성공사례가 주는 의미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3일과 4일,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프랑스 선주 소유의 컨테이너선 'CMA CGM 크리비'호와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 소속의 LNG 운반선 '소하르'호가 차례로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것입니다. 이는 이란의 봉쇄 조치 이후 서유럽 및 일본 관련 선박으로는 최초의 성공적인 통과 사례로, 해협 통행의 '선별적 개방'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프랑스 선박은 이란이 개설한 '안전 통로'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통과들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이란이 완전한 봉쇄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 하에 통행을 허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선박의 통과 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모테기 외무상이 이란 측에 안전 확보를 요청한 외교적 노력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부하는 등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걸어온 점이 이란으로부터 다른 대우를 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선박과 향후 전망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에는 한국 선박 26척과 선원 약 180명이 여전히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선박의 경우 통과 소식 이후 45척에서 43척으로 줄었지만, 한국 선박의 통과에 관한 구체적인 진전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의 '우호국' 목록에 한국이 포함되는지, 그리고 통행을 위한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가 현재 가장 큰 관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한 협력을 약속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이란과 미국은 '상대방이 휴전을 요청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심리전을 벌이고 있고, 이란은 지상전에 대비해 자원병 모집까지 하는 등 긴장은 여전히 높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은 궁극적으로 중동 지역의 더 넓은 지정학적 갈등의 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통행료 징수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국제 해운과 에너지 시장에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외교적 해결과 함께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라는 과제도 동시에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