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을 뒤흔든 여론조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의 모든 예비후보를 상대로 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습니다. 3월 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는 오차범위 내 접전(47.0% 대 40.4%)을, 주호영·추경호 의원과는 7%p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앞섰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야당 소속 전직 총리가 집권당 후보들을 모두 제친다는 결과는 지역 정치 지형에 대한 기존 예상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입니다. 다자대결에서도 35.6%의 지지율로 단독 1위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인지도와 지지 기반을 확인시켰습니다.
이런 결과는 김부겸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3월 30일께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구 두류네거리 인근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김 전 총리를 "낙후된 대구 발전을 이끌 필승 카드"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출마를 요청해왔고, 26일 양측은 서울에서 회동을 갖고 최종 조율에 나섭니다.
AI와 신공항, 김부겸이 내건 출마 조건
김부겸 전 총리의 출마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는 당에 뚜렷한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대구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민주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입니다. 특히 그는 대구의 전통적 강점인 제조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AI 대전환(AX)'과 TK신공항 이전 문제를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하며, 이에 대한 예산 지원과 특별법 마련을 당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통합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경제 회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그의 요구는 단순한 지역 공약을 넘어 당의 정책 의지에 대한 '신뢰성 확인'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김 전 총리는 연합뉴스TV와의 통화에서 "당의 확실한 정책과 의지가 제시되면 이번 달 안에 출마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처리한 것처럼 대구에도 동등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당과 후보 간의 이러한 정책 교환 과정은 후보의 지역 문제 해결 의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당의 지원을 구체화하여 유권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입니다.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 김부겸에 날개를 달다
김부겸 전 총리의 호재는 상대편인 국민의힘의 혼란에서도 비롯됩니다. 국민의힘은 세대교체와 원칙적 공천을 명분으로 윤재옥, 추경호, 유영하, 최은석 의원 등 6명만 본경선에 진출시키고, 친윤계 성향의 이진숙 전 위원장과 6선 중진인 주호영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했습니다. 이 결정은 당내에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컷오프된 인사들의 가처분 신청 준비와 함께 당 지지율이 하루 만에 6.9%p 급락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전 총리와 가장 접전을 펼친 이진숙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제외된 점은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 내 불만과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부 갈등은 전통적 지지기반의 동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든, 당 내분과 지역 현안(통합 신공항 건설 지연, 행정통합 좌초 등)에 대한 불만이 결합되어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는, 지역에서 검증된 '가장 강력한 야당 후보'입니다. 보수 텃밭에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은 여론조사 수치를 넘어, 국민의힘의 공천 실책과 지역 불만이라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 더욱 현실성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