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다시 불붙은 심해 탐사
최근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급하게 재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중순, 영국의 글로벌 석유 메이저 BP를 2차 시추 파트너로 확정하고 세부 계약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에너지 안보 위기가 커지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 겁니다.
현재 한국석유공사와 BP는 투자 조건, 지분율 배분, 조광권 설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BP는 멕시코만과 북해 등 세계 주요 심해 광구에서 성공적인 시추 경험을 쌓은 기업이라 기술적 신뢰도를 한층 높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1차 실패와 표류의 시간
사실 이 프로젝트는 한때 사업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었습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진행된 1차 시추에서는 유망구조인 대왕고래 지역의 가스 포화도가 6%에 그쳤는데요. 상업성 확보 기준인 4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이후 한국석유공사는 추가 탐사를 접기로 결정했고, 자문사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으로 감사원 공익감사까지 청구되며 사업은 완전히 멈춰 섰습니다.
물론 정치적 변화도 사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새 정부는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사업 추진 방식의 부실함을 지적했고, 일부 예산까지 배정되지 않아 프로젝트가 사실상 표류하는 듯 보였습니다. 반대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으며,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기회가 되어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BP와의 동행, 기회인가 과제인가
당연히 BP 참여가 곧 개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해 탐사는 원래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고비용 사업이며, 1차 실패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BP가 대왕고래 구조보다는 마귀상어와 오징어를 포함한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더 높은 잠재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죠. 이는 지난 실패를 다른 지점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기술적 근거를 제공한 겁니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추가 시추를 통한 실제 매장량 확인이 가능해질 겁니다. 물론 심해 가스전 특성상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민간 투자 유치만으로 모든 리스크를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운 만큼, 이번 2차 시추가 단순한 도박이 아닌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기까지는 많은 관심과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