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던진 한마디가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건 잔인한 일이에요.” 서울대와 지방 거점국립대 간의 심각한 예산 격차를 두고 한 말입니다. 서울대는 내년 예산으로 7,200억 원을 지원받는 반면, 9개 거점국립대는 평균 2,980억 원에 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나온 표현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이를 과거 산업화 시대의 ‘큰아들 몰빵’에 비유하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즉각적인 대응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거점국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서울대 예산의 70%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9개 거점국립대에 총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고,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린 8,855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증액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균형 발전 전략으로 읽힙니다.
서울대와의 3배 격차, 공정성 논란
문제의 핵심은 학생 1인당 지원금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서울대 학생 1인당 예산은 6천만 원 대인 반면, 지방 거점국립대는 2천만 원 대로 약 3배의 차이를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학생 수 차이는 크지 않은데 예산 격차가 너무 크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죠.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가 법인으로 통 예산을 받는 반면, 지방대는 인건비와 운영비가 분리되어 지원되는 구조적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적은 더 깊습니다. 서울대가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용역비를 추가로 확보하는 점까지 고려하더라도, 기본적인 정부 지원의 불균형이 지방대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방대 지원이 부족하면 학생들이 지방대 진학을 꺼리게 되고, 이는 지역의 인재 유출과 경제 약화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정책 전환의 배경에 있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현을 위한 첫걸음
교육부의 이번 계획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이었던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입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지방의 거점국립대를 연구와 교육의 허브로 육성해 지역 혁신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죠. 단순히 예산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을 혁신합니다.
AI와 디지털 전환 같은 미래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됩니다. 교육부는 AI 분야에서 2026년까지 1,000명 이상의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더 나아가, AI를 교육 전반에 활용하는 ‘K교육 인공지능’을 개발해 진로·진학 상담부터 학습 지원까지 스마트하게 바꾸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내년 3월에는 챗GPT 기반 입시 정보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7년에는 AI 대학 진단, 2028년에는 AI 학생부 컨설팅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넘어야 할 산, 재원 마련과 평가 체계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가 재원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재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최교진 장관은 교부금 자체를 건드리기보다는 ‘고등교육재정 교부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대부분이 인건비 등 고정비에 쓰이는 만큼,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한 논의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둘째는 교육과 평가의 혁신입니다. 이 대통령은 “교육의 기본은 해법 찾기가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이라며,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역량 함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주관식 평가 확대를 논의하면서 채점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질문하기도 했죠. 국가교육위원회는 서술형·논술형 평가 도입을 검토 중이며, AI 기술을 활용해 평가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으로
교육부의 광범위한 계획에는 유보통합을 통한 보육 확대, 교권 보호 강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시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며, 방과 후 프로그램 지원도 확대됩니다.
이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지역 균형 발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서울의 대학을 따라잡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이 가진 특색과 강점을 살려 자생력을 키우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입니다. 5년간 4조 원이라는 거금이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데 쓰이지 않고, 인재를 키우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적으로 쓰일지가 관건입니다. 교육 격차 해소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된 만큼, 이번 예산 확대가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이 될지 지켜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