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이 마침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습니다. 12일 중국 닝보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중국의 왕즈이(22)를 2대1(21-12 17-21 21-18)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림픽(2024 파리), 세계선수권(2023), 아시안게임(2022 항저우)에 이어 유일하게 빈 손이었던 아시아선수권까지 제패하며, 배드민턴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한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로서는 최초이며, 단식 종목으로는 남녀 통틀어 최초의 기록입니다. 박주봉-김문수, 김동문 선수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4번째로 이 대업을 이루었습니다.
1시간 40분 혈투와 전략적 승리
결승전은 1시간 40분에 걸친 혈투였습니다. 안세영은 첫 게임을 압도적으로 가져갔지만, 두 번째 게임에서는 왕즈이의 끈질긴 수비와 롱 랠리 전략에 말려 패배했습니다. 경기 중 안세영은 무릎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며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위기 상황도 맞았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세 번째 게임에서 안세영은 자신의 강점으로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초반 빠른 템포로 달아났다가 중반 왕즈이의 추격으로 15-15 동점을 허용하는 접전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막판 4점을 연달아 따내며 승리를 지킨 것은 단순한 체력이 아닌 정신적인 저력이 발휘된 결과였습니다. 특히 안세영은 코트 구석을 노리는 정교한 샷으로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전략을 꾸준히 구사하며, 지난 전영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안세영 시대’를 향한 도전
이번 그랜드슬램은 안세영이 ‘천재 소녀’에서 ‘완성형 챔피언’으로 도약하는 과정의 정점에 있습니다. 그는 201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낸 이후, 성인 무대에서도 꾸준히 정상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만은 늘 난관이었는데요. 2023년 준우승, 2024년 8강 탈락에 이어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불참하기까지 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우승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안세영은 시즌 후 인터뷰에서 “대회 전부터 (그랜드슬램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안세영 시대’에 대한 질문에는 “더 발전할 부분이 많다”며 겸손을 잊지 않으면서도, “앞으로의 경기를 통해 ‘안세영 시대’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드리겠다” 라고 당당한 포부를 덧붙였습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날 대회에서는 남자 복식 김원호-서승재 조와 혼합 복식 김재현-장하정 조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배드민턴의 전반적인 위상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