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정책이 다시 한번 법정 공방에 휩싸였습니다. H-1B 전문직 비자 신청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무려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천만 원)로 100배 인상한 조치에 대해,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미국 19개 주 정부가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이번 소송은 행정부의 권한 남용과 연방법 위반을 이유로 한, 해당 정책에 대한 세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법적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행정 명령에 대한 권한 논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H-1B 비자 수수료 인상 포고문에 서명하며, 이 조치가 미국 노동자 보호와 비자 제도 남용 방지를 위한 합법적인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특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해외 인력, 주로 중국과 인도 출신들을 대량 채용해 미국인 고임금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소송을 주도한 캘리포니아주의 롭 본타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에게는 그런 징벌적 수수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이는 비자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실제 비용만을 징수하도록 허용한 기존 연방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송에 참여한 19개 주는 대부분 IT, 금융 산업이 발달했거나 외국인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들입니다.
공공 서비스 붕괴와 경쟁력 약화 우려
이번 수수료 인상이 가져올 파장은 단순한 기업의 인건비 상승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소송 측은 이 조치가 미국의 공공 서비스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0만 달러라는 액수는 대학, 연구소, 병원 등 비영리 또는 공공 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의료, 교육, 연구 분야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통로가 사실상 막히면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H-1B 비자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의 전문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제도로, 연간 8만 5천 건으로 발급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이 제도를 통해 미국 내에서 충당하기 어려운 고급 기술 인력의 부족을 해소해 왔습니다. 수수료가 100배로 뛰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엄청난 추가 부담을 지게 되었고, 이는 결국 미국의 혁신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고된 법적 공방의 향배
이번 19개 주의 소송은 H-1B 수수료 인상에 대한 법적 논쟁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와 여러 노동조합 및 고용주 연합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향후 법원이 '행정부의 재량권 범위'와 '의회의 입법적 위임 없이 징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하려 했던 여러 반이민 정책들이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되거나 수정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이번 소송 역시 행정명령의 한계를 가르는 중요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며, 결과는 미국의 이민 정책과 글로벌 인재 유치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현재로선 각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법리 다툼이 장기화될 것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