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도 막지 못한 비극
제주 서귀포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전직 경찰관이 구속됐습니다.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23일 새벽 3시경 남원읍에 거주하는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전직 경찰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붙잡았는데요. 법원에서 내려진 주거지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도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참담한 비극으로 남고 있습니다.
사건은 A씨가 서울에서 실종 신고된 뒤에야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에게 갔을 것으로 보고 제주의 아내 거주지를 수색했고, 24일 숨진 피해자를 발견했습니다. 현장에서는 파손된 유리창 등 강제 침입 흔적도 함께 확인됐는데요. 당연히 법원의 보호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피해자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재판 앞두고 저지른 범행
피의자는 이번 살인 이전에도 심각한 가정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피해자를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요. 당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오는 9월, 해당 사건의 최종 선고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9월 선고에서 유죄가 선고되고 처벌이 예상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처벌을 피하려는 심리가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가정폭력 사건에서 보복성 범죄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사회적 문제인데요. 이번 사건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현장에서 어떤 한계를 드러냈는지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도주 끝에 검거...수사는 계속
범행을 저지른 A씨는 제주를 떠나 경기도 구리의 한 숙박업소까지 도주했습니다. 21일 가족이 남긴 죽고 싶다는 메모와 함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행적을 추적한 끝에 25일 0시 30분경에야 A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범행 후 도주를 시도한 정황과 사전에 메모를 남긴 점 등이 계획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경찰은 A씨에게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주거침입 혐의도 추가로 적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직 공직 신분이었던 점과 가정폭력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은데요. 피해자를 지키지 못한 보호막의 허술함과 가정폭력이 어떻게 최악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