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과 외교의 만남
2026년 5월 1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함께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봄밤의 서정적 분위기와 불꽃의 조화가 환상적이다”라고 감탄했고, 이 대통령도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1562년 류성룡의 부친이 시작한 뱃놀이 전통과, 류성룡이 임진왜란 후 남긴 《징비록》의 역사가 함께했습니다.
사실 이번 만남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극우 성향을 보여왔고, 이 대통령 역시 과거사 문제에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로 동맹국들을 압박하면서 두 나라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게 됐죠. 관세 인상과 방위비 증액 요구, 대만 문제를 협상 카드로 내미는 트럼프의 행보는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전통문화, 외교와 관광의 접점
이번 안동 방문은 단순한 문화 체험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정부는 안동을 일본인 관광객 유치의 거점으로 삼고, 선유줄불놀이와 함안 낙화놀이, 진주 남강유등축제를 묶은 야간 관광 코스를 현지 여행사와 협업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불꽃 뒤에 놓인 역사적 문장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본어 해설, 관람 동선, 고택 숙박과 종가음식 연결 방식 등 세부 선택이 과거를 어떻게 소비할지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강제 커플’의 시너지
두 정상은 지난 4개월 동안 서로의 고향을 오가며 ‘셔틀 외교’를 안착시켰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본 나라를,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 안동을 방문했는데요. 외부 압박 속에서 예상치 못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이들은 마치 20세기 초 예술가 스트라빈스키와 니진스키가 ‘봄의 제전’을 만들어낸 것처럼, 긍정적인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당초 갈등이 예견됐지만 오히려 전략적 협력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이 관계가 지속될지는 국제 정세와 양국 내부 정치의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안동의 불꽃 아래에서는 미래를 위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