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넘은 유가, 잠깐 숨 고르기
국제 유가가 9월 11일 하루만에 2%대 밀렸습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104.61달러,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100.0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각각 6거래일, 9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한 겁니다.
이번 하락의 결정적 계기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외교적 움직임입니다. 오만의 주선으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란 외무장관들이 선박 운항 관리를 위한 임시 합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양측 고위급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라 시장에 상당한 기대감을 줬습니다. UBS 에너지 애널리스트 조반니 스타우노보도 이러한 협상 가능성이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주간 단위로 보면 상황은 다릅니다. 브렌트유가 8.7%, WTI가 9.4%나 급등하며 모두 100달러를 훌씬 넘어 마감했습니다. 일일 하락이 잠깐의 숨 고르기에 불과했다는 점이죠.
공급망 곳곳 여전히 불안
사실 시장이 여전히 긴장하는 이유는 공급망 곳곳에서 불안 신호가 이어지고 있어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횡단 송유관 인근에서 연기가 포착되었고,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펌프장이 손상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수출로인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8월 원유 공급량은 하루 600만 배럴로, 전월보다 230만 배럴이나 줄어 3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공급 부족은 정제유 시장에도 파문을 일으켜, 미국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물론 미국 내 시추 활동 증가 같은 완화 요인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126달러 고점, 다시 찍을 수 있을까
단기 전망은 여전히 강세 쪽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 고위 보좌진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적대 행위가 지속될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며 전쟁 장기화 우려를 키웠는데요.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분석가는 전 세계 석유 재고가 계속 줄고 있어 단기적으로 지난 4월 고점인 126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중장기 시각에서는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유가 상승이 수요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재생 에너지가 전력 생산 등에서 석유 수요를 점차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협상이 성과를 내어 공급이 회복되거나 대체 에너지가 더욱 확산된다면 수급 격차는 상당히 좁혀질 겁니다.
당연히 지금 시장은 단기적 공포와 중장기적 전환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변수가 먼저 작용하느냐에 따라 유가의 향방이 갈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