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들지 않은 재앙, 보상을 요구합니다
네팔 정부가 최근 히말라야 지역 대홍수를 근거로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에 기후재난 보상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네팔 외무장관은 이 재난을 '히말라야 쓰나미'라 칭하며, 자국이 만들지 않은 기후위기의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호소했는데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국제사회의 기후 책임론을 둘러싼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보상 요구가 법적으로 실현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국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네팔 정부는 이미 관련 국가에 공식 서한을 발송했고,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을 위한 긴급 재정 지원도 함께 요청한 상태입니다.
시속 167km의 토석류, 기록적인 재난의 배경
이번 재난은 지난 8월 26일 네팔 북부 해발 5,200m 지점에서 빙하 붕괴가 시작되면서 촉발됐습니다. 붕괴된 빙하와 암석은 1,200m 아래로 추락하며 규모 5.2 지진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방출했는데요. 이로 인해 형성된 토석류는 시속 167km라는 기록적인 속도로 불과 8분 만에 22km 떨어진 국경 검문소를 덮쳤습니다. 빙하와 암석 사이의 마찰열이 빙하를 더 녹이면서 흐름의 기세를 키운 점은 이번 재난의 핵심 특징입니다.
네팔환경학회 분석 결과, 토사와 빙하의 상호작용이 평소보다 다섯 배에서 열 배 빠른 이동 속도를 만들어냈고,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 감소와 암반 약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는 2020년까지 30년간 히말라야 빙하의 12%가 이미 사라졌으며, 2000년 이후 감소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응과 남은 과제
이번 재난으로 최소 1003명이 숨지고 약 4500명이 실종되었으며, 실종자 가운데 한국인 9명도 포함되었습니다. 재건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네팔의 요구는 기존 인도적 지원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특정 재난에 단정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다만 GGGI 사무총장은 수백여 곳의 빙하 위험지대가 방치될 경우 전지구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선진국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GGGI는 한국과 협력해 필리핀 수상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는 등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후 취약국들이 겪는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2019년 IPCC가 경고한 고산지대 빙하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사례입니다. 앞으로 전 세계 설빙권에서 유사한 토사재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