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벨상 2관왕, 한국 과학계 미래 위한 장기적 투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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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0월 10일 오전 3:01

발행: 2025년 10월 9일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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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27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명확한 목표 설정, 장기적 투자, 안정적인 연구 생태계 구축이 성과의 비결로 꼽힙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어, 단기 성과 위주의 정책과 불안정한 연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신소재 MOF를 창안한 공로로 수여되었으며, 이는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한국 과학계는 미래를 위해 기초 연구 투자 확대와 연구 자율성 보장 등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전환이 시급합니다.

일본의 꾸준한 성과: 장기 투자와 안정적 생태계

10월 노벨상 시즌, 일본의 2연속 수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창안한 기타가와 스스무, 리처드 롭슨, 오마르 M. 야기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죠. 일본은 이미 생리의학상까지 수상하며 올해만 두 개의 과학 분야 노벨상을 휩쓸었습니다. 이는 누적 27명에 달하는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 기록을 더욱 빛나게 하지만, 동시에 한국 과학계에는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일본에서만 22명의 수상자가 나온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릴레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향후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기초과학에 대한 집중 투자가 2000년대 이후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노벨상 수상까지 평균 31.8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의 투자가 현재의 성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일본의 성공 비결은 연구자들이 20~30년간 기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 조성에 있습니다. 교토대, 도쿄대 등 주요 대학과 이화학연구소 등에서 제공하는 종신형 연구직과 장기적인 연구비 지원 시스템은 연구자들이 성공 가능성이 낮은 기초 연구에도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안정적인 연구 생태계 구축이 노벨상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1987년 G7 정상회의에서 제안된 ‘휴먼 프런티어 사이언스 프로그램(HFSP)’은 일본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를 ‘자국 경제 진흥’에서 ‘인류 과제 해결’이라는 국제주의적 방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37개국이 참여하는 HFSP는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인류 공동의 난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상징입니다.

한국 과학계의 과제: 일관성 부족과 단기 성과 집착

반면 한국 과학계는 이렇듯 장기적인 안목과 일관된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노벨상 목표를 설정한 적이 없으며, 과거 ‘국가석학’ 제도와 같은 장기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나 4년 만에 다른 제도로 개편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했습니다. 제도 주무 부처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상징적인 제도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현재 국가석학으로 선정된 연구자들 중 상당수는 정년이 지난 원로이거나, 불안정한 국내 연구 환경을 피해 해외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 국내 연구 환경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과거 ‘국가석학’ 제도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중단되면서, 과학계의 장기 연구 생태계 구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 환경은 당장의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실패 위험이 따르더라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초 연구에 긴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신진 연구자들이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한국은 단기 성과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미래를 열 신소재 MOF와 수상자들의 이야기

올해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연결해 만든 거대 분자 물질로, 수많은 미세 구멍을 가진 구조 덕분에 특정 물질을 흡착, 저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해리포터 가방’처럼 작지만 무한한 내부 공간을 가진다는 비유처럼, MOF는 탄소 포집, 물 부족 해결, 수소 연료 저장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난제 해결에 기여할 잠재력을 가진 첨단 소재입니다.

이 MOF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88세의 리처드 롭슨 교수입니다. 그는 1974년 강의 자료를 만들던 중 MOF의 개념을 떠올렸고, 15년 이상의 연구 끝에 1989년 실험실에서 그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초기 MOF는 구조적 불안정성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롭슨 교수의 선구적인 아이디어는 후속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후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는 MOF 내 기체 이동과 구조 유연성을 입증하며 연구를 발전시켰고, 오마르 M.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MOF 제작에 성공하며 오늘날 수만 종에 달하는 MOF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인 야기 교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부모님의 헌신과 미국 공교육 및 연구 시스템의 지원으로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미국의 우수한 과학 기술은 연방 정부의 꾸준한 자금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며, 이러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과학의 도약을 위한 제언

일본의 노벨상 수상 기록과 MOF라는 혁신적인 소재의 탄생은 과학 기술 발전의 요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초 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자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성,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 문화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과학계는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연구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