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차고 저지른 잔혹 범죄…스토킹 피해자 보호는 왜 실패했나

네한sM
11개의 관련 기사

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9일 오후 5:47

발행: 2026년 3월 19일 오후 2:18

요약 생성중...

전자발찌를 착용한 재범자가 저지른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은 기존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스마트워치나 접근금지 조치 등은 실질적 보호에 미흡했고, 가해자를 구금하는 강력 조치는 활용도가 낮은 실정입니다. 사건 후 정부는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스토킹을 강력범죄의 전조로 인식하는 사회적 태도 변화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재범 방지 장치를 뚫고 나온 살인

전자발찌는 위험한 재범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가해자 김훈(44세)씨는 바로 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는 지난 14일 오전, 과거 교제 관계에 있던 20대 여성의 차량을 막아선 뒤 전동드릴로 창문을 깨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2013년 강간치상 범죄로 10년간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고, 부착 기간이 2029년까지 남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범행 직후 그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으나 약 1시간 만에 검거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넘어, 재범 방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안전 장치가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스토킹과 가정폭력을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도 내려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피해자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고, 결국 백주대낮에 공공연히 살인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스마트워치와 잠정조치, 그 이름뿐인 보호

피해자 보호를 위한 또 다른 장치로 스마트워치가 있습니다. 위험 상황에서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이 장치는, 어디까지나 '신고를 돕는' 수동적인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양주 사건의 피해자 역시 스마트워치를 찼지만, 결국 살해를 막지 못했죠. 통계도 우려를 증폭시킵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피해자 중 살인 또는 살인미수 범죄를 당한 사례가 23건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가해자를 실제로 통제하는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를 구치소에 가두는 '잠정조치 4호(가해자 구금)'를 규정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극히 낮습니다. 지난해 스토킹 112 신고는 1만 4천여 건이었지만, 경찰이 이 조치를 신청한 경우는 189건에 불과했고, 법원이 실제 허가한 건은 그중 41.8%에 머물렀습니다. 교제폭력 연구자들은 공권력이 가해자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 개인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두고는, 피해자의 생명권을 우선시하는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총력 점검과 제도 개선, 그러나 근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건의 충격이 커지자 정부와 경찰 당국은 속속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에 접수된 스토킹 신고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최대한 신속히 시행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스토킹·가정폭력 사건 약 1만 5천 건을 전수 점검하는 한편,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7일 이내에 동시 추진하도록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제도 개선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가해자 실질 격리 방안 마련, 전자발찌 대상자 정보 공유 확대, 전자발찌와 피해자 보호장치 연동 등이 검토 항목에 올라 있습니다. 한편,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과 증거 충분성 등을 이유로 김훈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스토킹과 교제폭력을 단순한 다툼이나 개인 문제가 아닌, 강력범죄의 전조로 인식하는 사회적 태도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계속 도망 다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의 삶에서 철저히 분리되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 비로소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