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를 넘은 유럽의 6월
유럽 전역이 40도를 웃돌며 기록적인 폭염에 직면했습니다. 북아프리카에서 밀려온 뜨거운 공기가 강한 고기압에 갇혀 서유럽 상공에 머무는 이른바 열돔 현상 때문인데요. 프랑스는 본토 96개 행정구역 중 35곳에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이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기온이 최고 44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약 5,300만 명의 주민이 영향권에 들었습니다.
이번 폭염은 일상을 강제로 멈췄습니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은 철제 구조물의 안전 문제로 오후 4시에 조기 폐장되었고, 프랑스철도공사(SNCF)는 취약 계층의 이동을 막기 위해 장거리 노선을 포함한 총 71편의 열차 운행을 취소했습니다. 당연히 학교들도 비상 대응에 나섰는데요. 적색경보 지역 내 초·중학교 845곳이 휴교했고, 1,800곳은 수업 시간을 줄여 조기 하교시켰습니다.
축제도 열차도 멈춘 비상 대응
프랑스 정부는 연례 음악 축제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폭염 속에서 탈수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데요. 파리 당국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공원을 24시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스페인도 마드리드 콜론 광장에서 준비하던 월드컵 거리 응원 행사를 40도의 고온을 이유로 전격 취소했습니다. 이탈리아는 밀라노와 토리노 등 8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독일은 38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 뇌우와 폭우가 겹치는 기상 이변을 겪었습니다.
사실 폭염은 이미 인명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 추산으로 지난해 폭염 사망자는 약 5,700명에 달했는데, 이는 2024년 3,70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75세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에서도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폭염의 경고등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의 폭염이 더욱 잦고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번 폭염은 2003년과 2019년의 기록적인 더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평가되는데요. 냉방 수요가 45년 만에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망 과부하와 원자력 발전소 냉각수 온도 초과 등 에너지 공급망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일부 원자로의 출력을 제한해야 했습니다.
경제적 파장도 우려됩니다. 에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생산성 저하와 에너지 사용 증가를 언급하며, 단기적 영향은 모호하나 중기적으로 경제 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프랑스 녹색당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연간 최대 5일의 기후 휴가 제도 도입을 청원하며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극한 더위는 이제 일시적인 재난이 아닌, 유럽이 마주한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