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을 걷는 두 기업의 AI 전략
정부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 26만장을 2030년까지 도입하기로 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AI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SK와 네이버는 각각 5만장, 6만장의 GPU를 배정받았지만, 이 귀중한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접근법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최근 'DAN25' 컨퍼런스에서 AI 결합 서비스의 사업 지표 개선 사례를 제시하며 내년 초 '에이전트 N'(쇼핑), 상반기 'AI 탕'(검색) 등 AI 서비스 확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GPU 투자 계획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접근 방식을 강조하며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네이버의 접근법은 바로 눈에 띄는 서비스 개선과 사용자 경험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SK 최태원 회장은 'SK AI 서밋 2025'에서 전 세계적인 AI 수요 증가와 '소버린 AI' 구축 경쟁을 강조하며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GPU 효율 극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메모리(HBM), 전력, 데이터센터를 함께 설계하여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GPU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시스템 전체의 효율화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전략입니다.
국가 AI 인프라와의 연결 고리
SK의 AI 비전은 정부의 'AI 3대 강국' 전략과 맥락을 같이하며 국가 차원의 AI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최태원 회장은 GPU 수요 폭증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주며, GPU 확보 경쟁보다는 시스템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힙니다.
네이버의 경우 정부로부터 SK보다 많은 6만장의 GPU를 배정받았음에도 인프라 전략에 대한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국가 사업급 인프라를 받는 만큼 GPU 전략에 더 힘을 줬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전략은 이용자 경험 개선에 강점을 보이지만, 국가 차원의 인프라 경쟁력 강화 어젠다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피지컬 AI 시대의 한국적 접근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한국을 '피지컬 AI' 거점으로 지목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GPU 대량 공급은 국내 GPU 총량(6만여 장)을 크게 늘리는 규모로, AI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삼성과 SK는 각각 5만장의 GPU를 구매하여 'AI 팩토리' 구축을 구상 중인데, 이는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 공장으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 그룹은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와 로봇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과 부품 제조 생태계를 활용하여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기술 개발에 활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제조업에서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AI 3강'을 목표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두 기업의 엇갈린 전략은 국내 AI 산업의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네이버가 선택한 서비스 중심의 접근과 SK가 추구하는 시스템 효율화 전략은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펼쳐나갈 AI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됩니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은 한국의 AI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