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쏟아진 재판 취소 청구
한국의 사법계에 파란을 일으킨 두 가지 제도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첫날부터 현실적인 영향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공포와 함께 즉시 효력을 발생한 ‘사법개혁 3법’의 핵심인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입니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행 첫날 헌법재판소에는 16건의 재판소원 청구가 접수되며, 제도의 실용성이 즉각 검증되기 시작했죠.
1호 사건은 시리아 국적의 난민이 강제퇴거 명령에 대한 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호 사건은 납북귀환어부 유족이 국가배상 소송에서의 패소 판결에 대한 것이었고, 정치권에서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의 ‘사기대출’ 혐의 확정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법왜곡죄의 첫 표적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겁니다.
제도 운영의 현실적 난제들
새 제도가 법조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수많은 실무적 난관이 예상됩니다. 전국 법원장들이 충북 제천에서 긴급히 연 간담회에서 쏟아낸 우려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재판소원제와 관련해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예를 들어, 재판소원이 접수되면 해당 사건의 방대한 재판 기록을 헌법재판소로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재판 취소 결정이 내려진 후의 후속 절차는 무엇인지에 대한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법원장들은 이러한 불명확성이 재판 실무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조속한 법령 정비와 유관 기관 간 협의를 촉구했습니다.
재판소원의 대상도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난민 권리 사건이 주를 이뤘지만, 부동산 임대차 분쟁, 세금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 경제적 재산권과 관련된 사건들도 주요 청구 사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로펌들도 재판소원 전담팀을 꾸리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죠. 다만, 모든 청구가 본안 심리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사전심사부를 운영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은 30일 내에 각하할 수 있어, 초기에는 각하 결정을 통해 어떤 유형의 사건이 실제로 ‘재판 취소’ 가능성이 있는지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법관을 위협하는 새로운 죄명
법조계 내부에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단연 법왜곡죄의 도입입니다. 판사와 검사의 법리 해석과 판단을 사후적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이 법은, 일선 법관들의 재판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는데, 형사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이 증가하면 ‘재판 기피’ 현상이 심화되어 국민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이에 법원장들은 형사법관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직무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예산 확충, 법관 보호위원회 설치 검토, 재판 연구원의 우선 배치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됐습니다. 한편, 법왜곡죄 1호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법원장의 법리 해석에 대해 수사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경찰 내부에서는 고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어떻게 수사해야 할지 당혹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사법개혁의 취지가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법 신뢰 회복에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