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내전이 남긴 거대한 상처
시리아 경제는 13년간의 내전으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10년 대비 실질 GDP가 53%나 감소하면서 경제 규모는 반토막 났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40%를 넘어섰습니다. 세계은행은 인프라 재건에만 최소 2,160억 달러(한화 약 290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는데요. 이는 시리아 명목 GDP의 약 1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시리아 경제산업부 장관은 완전한 재건을 위해서는 1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피해 규모는 심각합니다.
특히 사회 인프라 자산의 피해액이 520억 달러에 달해 도로, 전력, 상하수도 시설의 절반 가까이가 파괴되었습니다. 인구의 40% 이상이 하루 3천 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재건은 단순한 복구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되었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투자 유치와 냉혹한 현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에 약 28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아랍 국가들의 참여를 강조하며 재건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였죠. 하지만 이는 약속된 투자 금액일 뿐, 실제로 시리아에 유입된 자금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EU의 제재가 다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유입이 더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성, 쿠르드 민병대와의 통합 문제가 지지부진하고,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는 등 안보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디리스킹' 기조가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와 관련된 거래를 꺼리는 은행들이 많아, 국제 송금망(SWIFT)에 접근 가능한 은행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 개발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
이러한 가운데 시리아 재건위원회가 한국의 개발 모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ICT 기술과 도시 개발 경험을 시리아 재건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특히 주택의 90% 이상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도시 구축과 3G에서 5G에 이르는 통신망 확충에 한국 기업들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측은 한국이 전후 폐허에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룬 경험을 높이 평가합니다. 한국의 고속 성장 모델, 즉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과 기술 중심의 발전 전략이 시리아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좋은 청사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SK텔레콤(SKT)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 도시 기술을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것이죠.
장밋빛 전망과 어두운 예측 사이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추진하는 '시리아 도시 회복' 프로젝트는 191개 마을의 재건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시리아 시민들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과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은 냉정합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시리아 경제가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며, 2026년까지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은 2027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시리아 재건은 막대한 자금, 정치적 안정,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협력이라는 세 가지 기둥이 모두 견고해야 가능한 과제입니다. 한국의 개발 모델과 기술 협력이 중요한 토양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리아 내부의 화해와 국제 금융 시스템의 문이 열려야 하는 복잡한 퍼즐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