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탄 23명, 안개 뚫고 국경을 넘다
이란이나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의 대피 작업이 한창입니다. 가장 먼저 알려진 건 이란에서의 대피였는데요. 현지 시간 3일, 테헤란을 출발한 버스 두 대에 한국인 23명이 탑승해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으로 향했습니다. 이동 거리는 1천km가 넘었고, 도중엔 짙은 안개와 라마단 기간의 제약까지 겹쳤습니다. 결국 1박 2일의 육로 이동 끝에 무사히 국경을 넘는 데 성공했죠. 이들 중에는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이도희 감독과 프로축구 선수 이기제 선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거의 같은 시각, 이스라엘에 있던 한국인 60여 명도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안전하게 이동했고, 바레인과 이라크에서도 소수의 국민이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인접국으로 대피했습니다.
“하루 종일 미사일 날아와” 현지 교민들의 고립
정부의 공식적인 대피 지원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지에 남아있는 교민과 여행객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10년째 살고 있는 한 교민은 “하루 종일 미사일 경보 앱이 울리고, 밤새 사이렌 소리에 잠을 설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두바이에 있는 다른 교민은 드론 파편으로 인한 화재를 목격하는 등 산발적인 충돌 소식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죠. 가장 큰 문제는 영공 폐쇄입니다. 이란, 이스라엘, UAE 등 주요 국가들의 항공 운행이 중단되면서, 단순 관광이나 출장으로 체류 중이던 수많은 국민들의 귀국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입니다. 일부 대사관은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는 등 소극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신속한 현황 공유와 구체적인 수송 대책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합니다.
총리 지시부터 군 수송기 준비까지, 정부의 레이어드 대응
이런 위기 상황에 정부는 여러 층위로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중동 지역 재외공관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 국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 지시했고, 외교부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현장에 ‘신속대응팀’을 잇달아 파견했습니다. 이 팀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대피민들의 입국 수속을 도왔습니다. 더불어 국방부에는 교민 철수 지원 요청이 들어올 경우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경제적 파장에 대비해서는 원유 수급 대체 경로를 검토하고, 주식 시장 혼란 시 100조 원 이상의 시장안정조치를 실행할 준비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모든 공직자가 비상근무 태세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며 대응의 칼을 갈았죠. 현재 중동 13개국에 약 2만 1천여 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며, 정부는 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인접국 이동 또는 제3국 경유 귀국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