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너머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남동발전 소속 한국인 직원 9명이 연락 두절된 지 2주가 다 되어갑니다. 험준한 지형과 잔해 속에서 수색이 교착 상태에 빨랐던 가운데, 이틀 사이 4명의 생존자가 잇따라 구조되며 작은 희망이 피어났습니다. 특히 열흘 만에 발견된 중국인 노동자 루 하이타오는 터널 225m 지점에서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는 인근에 다른 생존자가 더 있었다고 증언했고, 이 말은 실종된 한국인들을 찾는 작업에도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생존자의 목소리가 교착 상태에 빠진 수색 현장에 생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외교 당국이 풀어야 할 수색의 조건
사고 현장은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산악 지형에 진흙과 바위가 쌓여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곳입니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는 헬기와 열화상 드론, 수색견, 현지 셰르파까지 동원해 입체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팔 당국은 안전상의 이유로 한동안 터널 일부 구간만 수색을 허용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네팔 외교장관과 직접 만나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을 전달한 끝에, 비로소 람체와 메인캠프 주변 등 도보 수색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족들의 간절한 요청이 관철되면서 그동안 막혔던 지역을 직접 뒤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직 뚜렷한 단서는 없지만, 수색 범위가 넓어진 건 분명한 전환점입니다.
기후변화가 바꿔놓은 발전소의 미래
이번 참사는 네팔의 에너지 정책에도 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네팔은 전체 발전 설비의 94% 이상을 수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홍수로 발전소 14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네팔전력청은 과거 100년간의 홍수 기록에 기반한 기존 설계가 이제는 무의미하다고 밝혔고, 하천에서 시설을 멀리 떨어뜨려 짓거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기후 위기 시대에 산악 수력발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중국 역시 티베트 지역 피해를 인정하고 네팔과 함께 조기 경보 시스템 개발에 나섰습니다.
사망자가 1,398명, 실종자가 5,515명에 달하는 막대한 재난입니다. 우리 실종자 9명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