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기러기, 역전된 상징
백악관이 최근 공식 SNS에 미국 국조인 흰머리수리가 캐나다 큰기러기를 제압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무임승차를 끝내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였죠. 하지만 누리꾼들이 원본 다큐멘터리 영상을 찾아보니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기러기가 20분간 치열하게 저항한 끝에 독수리를 쫓아냈고, 사진 원작자도 이를 증언했습니다. 백악관이 의도한 상징과 정확히 역전된 결과인 셈입니다. 여기에 저작권 허락 여부까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망신만 제대로 당했습니다.
이번 촌극은 미국과 캐나다가 서로에게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맞서고 있는 팽팽한 상황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미국은 지난 7월 22일부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관세를 발효했고, 자동차와 부품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캐나다 역시 9월 8일부터 27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예고하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50% 관세와 자동차 산업의 딜레마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자로는 북미 자동차 산업이 꼽힙니다. GM의 쉐보레 실버라도 생산량의 17%, 스텔란티스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전량이 캐나다에서 생산됩니다. 포드의 슈퍼듀티 트럭도 마찬가지고요. 부품이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구조라 관세가 중복으로 쌓이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미국 완성차 업계는 정면 반대 대신 침묵을 택했습니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는 아시아와 유럽산 차량에 15%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캐나다에만 50%를 때리면 오히려 북미산 차량이 역차별을 당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백악관과의 직접 대립을 피고 러트닉 상무장관을 통한 막후 조율로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오히려 저임금 국가에 관세를 써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경합주를 겨냥한 복수와 장기전 조짐
캐나다의 대응은 단순한 보복을 넘어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메인주의 랍스터와 수산물, 위스콘신의 유제품과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오하이오와 켄터키의 가전제품 등 11월 미국 중간선거 경합주의 전략 품목을 집중 겨냥했습니다. 지역 민심이 흔들리면 트럼프 행정부에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역국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서스캐처원 주정부까지 나서 미국산 주류에 50% 보복세를 부과하는 등 연방과 지방이 동시에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양국 간 소통 창구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고, 캐나다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감도 낮아지면서 캐나다달러는 추가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ING는 달러-캐나다 환율이 1.3920에서 1.39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11월 중간선거 이후에야 협상의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