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의 방문으로 남미 외교 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끝으로 남미 3국 순방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7월 3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한국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공식 방문한 것은 2004년 이후 22년 만입니다. 이번 만남에서 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에너지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사실 이번 순방은 단순한 친선 방문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를 차례로 방문하며 핵심광물 확보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그리고 남미 시장 진출이라는 3대 목표를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회담에서는 2021년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위한 협조를 구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빅테크 CEO들을 만나 AI 공급망 협력 비전을 구체화했습니다.
리튬과 셰일오일이 남긴 협력의 실마리
이번 순방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구체적인 자원 협력 내용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4위의 리튬 매장국인데요, 양국은 리튬을 중심으로 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이 운영 중인 '살 데 오로'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로 꼽혔는데, 이는 리튬 채굴부터 정제, 상업 생산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협력 모델을 보여줍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아르헨티나의 '바카 무에르타' 셰일오일 및 가스전 생산이 확대되면서 해당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HD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처음으로 아르헨티나산 원유를 구매한 것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열어본 것입니다. 물론 기존 중동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당장 수입 구조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다변화의 첫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메르코수르와 FTA, 남은 과제는
무역 외교 성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잇달아 방문하며 5년째 멈췄던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에 힘을 싣기로 했습니다. 인구 2억 8천만 명 규모의 남미 최대 경제블록과의 협정이 성사되면, 한국 기업들의 시장 확대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입니다. 칠레와는 2004년 체결된 FTA를 AI와 공급망, 방산 등 첨단 분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이 역시 남미 교역의 질을 높이는 포석입니다.
다만 성공적인 출발 뒤에는 꼼꼼한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12월에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협상 재개가 공식화될 수 있도록 실무 협의를 밀어붙여야 합니다. 여기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절차도 병행된다면, 한국의 남미 경제 지도는 한층 더 넓어질 것입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G20 회원국과의 정상회담을 마치며 2028년 G20 의장국 활동을 위한 외교적 기반도 다졌습니다. 향후 몇 달간의 실무 진행 상황이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