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에서 후순위로 추락
미국 중앙은행(연준) 차기 의장 자리를 두고 유력 후보로 꼽혔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되어, 내부에서 강한 반대론에 직면했기 때문인데요. 이달 초만 해도 베팅 시장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명 확률을 보였지만, 최근 51%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나친 친밀감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표출된 겁니다.
반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입지는 반대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그의 지명 확률은 11%에서 44%로 뛰어올랐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워시 전 이사를 후보 명단의 '최상위'에 두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한때 거의 기정사실화되던 구도가 불과 몇 주 만에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셈입니다.
독립성 우려가 반대의 핵심
해싯 위원장에 대한 반대 논리는 명확합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설계하고 조언해온 핵심 측근 중 한 명입니다. 문제는 연준 의장이라는 자리가 정치적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직책이라는 점이에요. 반대론자들은 해싯 위원장이 취임할 경우, 대통령의 입김을 받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저금리 환경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연준이 독립성을 상실할 경우, 장기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오히려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까움은 정치적 득이 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장으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게 반대 진영의 핵심 주장입니다.
해싯 위원장 본인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최근 인터뷰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의견은 단지 그의 의견일 뿐"이라며 통화정책 결정에 정치적 압력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죠. 하지만 이러한 발언이 내부의 의혹을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워시 전 이사, '안전한 선택지'로 부상
해싯 위원장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며 자연스럽게 부각된 인물이 바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입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금융 규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 내에서도 그를 '비둘기파' 성향의 안정적인 인물로 평가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금융계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가 두 후보를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현장에서는 그가 워시 전 이사에게 더 무게를 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워시 전 이사는 예측 가능하고 정치적 간섭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부르는 인물인 겁니다.
향후 관전포인트와 의미
이번 인선 경쟁의 결과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펼칠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케 하는 지표가 될 전망입니다. 만약 워시 전 이사가 최종 낙점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안정성과 연준의 독립성을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싯 위원장이 극적으로 재부상한다면, 향후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백악관의 영향력이 상당히 개입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겁니다. 현재의 급변하는 지형은 결국 '정치적 충성도'와 '기관의 독립성' 중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행정부 내부의 고민과 갈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 시장의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 의장은 세계 최대 경제의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자리인 만큼, 그의 인선 과정에서 드러나는 혼란과 논란 자체가 이미 글로벌 금융 시장에 일정한 불확실성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그 선택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