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호조에도 웃지 못하는 백악관
미국의 5월 고용 시장이 예상을 깨는 활기를 보였습니다.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가 17만 2,000명 늘고 실업률은 4.3%를 기록하며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였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일자리가 비처럼 쏟아진다"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방해 공작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화자찬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 공동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지지율은 마이너스 26%p까지 떨어지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새로 썼습니다. 한때 44%대에 달했던 지지율은 현재 30% 후반대에 머물고 있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정치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쟁이 불러온 유가 폭등과 달러 강세
고용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주유소와 마트의 현실은 판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는 전쟁 전보다 50%나 폭등했습니다. 이 여파로 주거비, 식료품, 보험료까지 전반적인 생활비 부담이 커지며 가계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은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을 찾았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투기성 자금이 달러로 쏠리며 블룸버그달러현물지수는 0.6% 급등,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기존의 달러 약세 전망을 공식 철회했고,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장에 박히며 달러 강세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민심과 시장이 다른 길을 가는 이유
고용의 호조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은 이례적인 조합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으면 리스크자산 선호로 달러가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전쟁이라는 외생적 충격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지만 혜택이 내수와 민심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은 미국 국채와 달러에 자금을 몰며 차별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아 버팸 CIBC캐피털마켓 전략가는 이번 고용지표가 미국 경제의 예외적 강세를 입증했다고 평가했으며,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다음 CPI 발표에 쏠려 있습니다. 엔화를 비롯한 G10 통화가 달러 앞에서 일제히 밀리는 가운데, 한국 시장의 원화 가치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불러온 유가 폭등과 고물가가 미국 안에서는 지지율을 깎고, 밖에서는 달러만 띄우는 기이한 패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