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총리의 민생 구제와 과감한 인적 쇄신
앤디 버넘이 영국의 제59대 총리로 취임하면서 민생 중심의 국정 운영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삶의 필수품을 공공 통제하에 두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취임 첫날 노숙 생활 근절을 위한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현재 2.8%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과 급등하는 에너지 요금 등 영국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재정 확보를 위해 버넘 총리는 상당히 과감한 선택을 내놓았습니다. 18억 파운드 규모의 디지털 신분증 도입 계획을 전격 폐기하고, 해당 예산을 생활비 경감 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올리지 않되,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북해 석유와 가스 시추를 활성화하고 버스 및 수도 회사를 국가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스타머의 비판자'가 재무장관으로
취임과 함께 단행된 인적 쇄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존 힐리 전 국방장관의 재무장관 임명입니다. 힐리 장관은 지난달 키어 스타머 전 총리의 국방 투자 계획이 미흡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사임했던 인물입니다. 당시 레이철 리브스 전 재무장관과도 강하게 충돌했는데, 이제 그의 후임을 맡게 된 셈입니다.
영국 정부에서 재무장관은 부총리를 제외하고 내실상 가장 영향력 있는 넘버 투 자리입니다. 힐리 장관이 이 핵심 직책에 오른 건 버넘 총리가 안보와 재무 분야의 베테랑을 내실의 중심에 세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다른 주요 인선으로는 에드 밀리밴드 전 에너지안보 장관이 외무장관으로 임명되었고,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은 유임되었습니다. 루이즈 헤이그 전 교통장관도 랭커스터공국 장관으로 내각에 복귀했는데, 그는 과거 업무용 휴대전화 도난 신고와 관련한 허위 진술 혐의로 사임한 바 있습니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영국 정국
버넘 총리는 국방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2024년 GDP 대비 2.3%였던 국방비를 2035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요.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응하고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물가 안정과 국방 증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이러한 공약들이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부유세 도입은 당내와 경제계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사안이고, 국가 인수 방침 역시 기업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힐리 재무장관이 과거 정부를 비판했던 이력만큼이나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내각 요직을 맡게 된 점도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